"잘 모르겠네요. 정말 잘 모르겠습니다. 한때는 이 자리가 너무 간절해서 잠 못 이루며 울고, 견디지 못했던 밤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던 시간이 흘러서, 결국 여기까지 왔네요. 그때의 절박함이 제게 어떤 깨달음을 주었는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것보다 남은 감정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포기하지 않게 해주셔서."
195화. 골드디스크어워즈 수상 소감
청려의 수상소감을 향기로 해석하고, 그 감정을 손끝으로 담아내는 DIY 향수 레시피로 기억을 만들어보세요.
말은 사라지지만, 향은 남습니다.
“정말 잘 모르겠습니다” — 무력감의 첫 향, 절박에서 시작된 노트
수상 소감의 첫 문장은 놀랍게도 “잘 모르겠습니다”였다.
보통은 확신과 감동의 언어로 시작되는 말인데, 그는 ‘모른다’는 고백으로 문을 연다.
이는 누군가의 성공이 항상 명확한 이유나 확신으로 채워지는 것이 아님을 시사한다.
오히려 그 성공은 절박함과 무력감, 의심 속에서 꾸역꾸역 밀어낸 감정의 총합이다.
이런 감정을 향으로 해석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묵직하고 투명한 허브 노트다.
라벤더, 클라리세이지, 블루 카모마일 같은 향료들은 흔히 ‘안정’과 ‘치유’를 의미하지만, 그 바탕에는 깊은 우울과 방황의 층위가 깔려 있다.
이 향은 마치 스스로에게도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안고 버텼던 밤의 공기와 닮아 있다.
이 향의 톱노트는 차가운 민트와 페티그레인, 미들노트는 허브와 바이올렛 리프, 베이스노트에는 스모키한 우디 노트와 라브다넘을 더한다.
이 구조는 밤샘 연습실을 나설 때의 찬 공기, 축축한 눈물, 맹목적인 기다림을 담는다.
화려한 향이 아닌, 불확실한 감정을 품은 절박한 향이다.
그리고 이 무력감은 단순히 어둡지만은 않다.
그 안엔 포기하지 않겠다는 미세한 결의가 있다.
그래서 이 향은 시간이 지날수록 은은하게 달콤한 머스크와 안락한 통카빈으로 변주된다.
처음엔 눈물 같지만, 끝엔 미소처럼 번지는 여운이 남는다.
이 소감의 시작은 향수로 만들었을 때, ‘사람의 냄새’처럼 느껴진다.
완벽한 퍼포머가 아니라, 무대 아래서 손을 떨며 마음을 다잡는 연습생의 향기.
성공의 상징이 아니라, 버티는 존재의 흔적이 이 향수에 담겨 있다.
“잠 못 이루며 울고, 견디지 못했던 밤도 있었습니다” — 끝을 지나온 이에게 남은 깊은 잔향
수상 소감 중반부는 다소 고백적이다.
그는 ‘잠 못 이루며 울고, 견디지 못했던 밤’이라는 말로, 그동안 숨겨두었던 가장 인간적인 시간을 꺼낸다.
이 부분은 단순한 감정 토로가 아니라, 인내의 시간을 치열하게 통과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향으로 해석하자면, 이건 ‘시간을 품은 잔향’이다.
이 감정을 담을 향수의 구조는 굉장히 서사적이어야 한다.
시간이 흐르며 서서히 펼쳐지는 오리엔탈 계열의 구조가 적절하다.
톱노트는 쓰디쓴 베르가못과 마테잎, 그리고 순간적으로 퍼지는 블랙페퍼.
이는 한순간에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던 찰나의 감정을 상징한다.
하지만 그 뒤를 따라오는 미들노트는 자스민 앱솔루트, 오리스, 그리고 드라이한 바닐라다.
오리스는 뿌리에서 추출되는 향료로, 그 자체가 시간을 상징한다.
자스민은 슬픔을 이겨낸 우아함이며, 바닐라는 그 끝에서 느껴지는 작은 따뜻함이다.
베이스는 레더, 앰버, 벤조인. 이는 견딤의 흔적, 무너졌던 곳을 다시 일으킨 감정이다.
이 향수는 마치 혼자 울며 눈을 감던 새벽의 공기처럼, 침묵 속에서도 강렬하게 감각을 흔든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시절을 조용히 꺼내어 손목에 뿌리는 듯한 감정이다.
이 소절은 향기적으로 말하자면, ‘흔적의 미학’이다.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을 지나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깊이.
그래서 이 향은 향수라기보단 연기처럼, 말보다 잔향으로 남는 서사다.
“감사합니다. 제가 포기하지 않게 해주셔서” — 사랑의 이름으로 완성되는 향
소감의 마지막 문장은 단정하고 담백하다.
“감사합니다. 제가 포기하지 않게 해주셔서.” 이 말은 명백히 ‘타인을 향한 헌사’다.
자신이 무너지지 않게 해준 것은, 꿈 그 자체도, 스스로도 아닌 지켜보며 응원해준 누군가였다.
이 감정을 담은 향은 단연코 플로럴-파우더리 계열이 적절하다.
이 계열은 단지 여성적인 느낌이 아니라, 누군가를 포근히 감싸는 부드러움과 감정의 온기를 지닌다.
탑노트는 피치 블로섬, 로즈 페탈, 레몬 제스트.
이는 웃음 섞인 눈물 같은 기쁨이다.
팬들 앞에서 수상소감을 말하던 청려의 눈빛이 이 향에 담긴다.
미들노트는 프리지아, 미모사, 벚꽃, 솜사탕처럼 부드러운 아이리스 파우더.
이 조합은 말로 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애정, 팬과 아티스트 사이의 끈을 상징한다.
베이스노트에는 화이트 머스크, 시더우드, 그리고 아주 가볍게 얹은 코튼이 들어간다.
그 사람의 향기가 옷에 배듯, 오래도록 기억되는 은은함이 남는다.
그리고 그 잔향은 마치 ‘나는 혼자가 아니었구나’라는 깨달음처럼 다가온다.
이 향수는 고백의 향기다.
무대 위에서 수상소감을 말하며 팬을 향해 고개 숙인 순간의 감정, 고마움, 그리고 함께였던 모든 날들.
청려가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가 향으로 남아, 팬의 일상에 스며드는 감정의 고리다.
마무리 — 그 소감은 향기처럼, 오래 남는다
청려의 수상 소감은 문장이 아닌 향처럼 남는다.
처음엔 알 수 없는 감정의 떨림, 그 다음엔 치열했던 지난날의 무게, 그리고 마지막엔 조용히 퍼지는 ‘감사’의 온기.
이 모든 감정은 향기처럼 시간 속에 스며들고, 오히려 시간이 지난 후에야 더 또렷해진다.
이 소감은 말이 아닌 감각으로 기억되는 언어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향수로, 감정의 병으로 만들어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다.
3종 향수 레시피 모음
“모르겠습니다” – Faith in Uncertainty
혼란과 무력함 속, 포기하지 않기 위해 붙잡은 첫 감정
🌿 향조 컨셉: 허브-그린-머스크
Top Note
클라리 세이지 EO – 8방울
민트 EO – 4방울
페티그레인 EO – 3방울
Middle Note
블루 카모마일 EO (또는 로만 카모마일) – 5방울
바이올렛 리프 FO – 3방울
라벤더 EO – 5방울
Base Note
스모키 시더우드 EO – 4방울
라브다넘 FO – 3방울
화이트 머스크 FO – 3방울
📌 제작 포인트
카모마일과 라벤더는 불안한 감정을 진정시키는 역할
민트는 혼란의 날카로움을 표현하며, 시간이 지나며 녹아든다
잔향으로 갈수록 따뜻한 나무와 머스크가 감싸듯 마무리됨
🧪 블렌딩 팁
EO 비중이 높아 숙성이 중요 → 2~3주 냉암소 숙성 권장
스모키 시더우드는 너무 많으면 바디감이 무거워지므로 3~4방울 내외 조절
“견디지 못했던 밤” – Through the Dark
포기하지 못한 꿈을 안고 지나온 인내의 시간
🌘 향조 컨셉: 스파이시-플로럴-레더
Top Note
베르가못 EO – 6방울
블랙페퍼 EO – 3방울
마테잎 FO – 2방울
Middle Note
자스민 앱솔루트 – 5방울
오리스 FO – 3방울
바닐라 앱솔루트 or 바닐라 FO – 4방울
Base Note
레더 어코드 FO – 4방울
앰버 FO – 3방울
벤조인 EO – 2방울
📌 제작 포인트
블랙페퍼와 베르가못은 날카로운 시작을 표현
오리스와 바닐라는 서서히 깃드는 ‘시간’의 향기
레더와 앰버는 청려의 무대 이면에 남은 고요하고 단단한 무게를 전달
🧪 블렌딩 팁
바닐라와 자스민 앱솔루트는 점성이 높아 혼합 전에 살짝 따뜻하게
레더 어코드는 호불호가 강하므로 1~2방울씩 테스트하면서 조절 추천
“감사합니다” – Last Light, Your Name
결국 함께였기에 버틸 수 있었던, 누군가를 향한 조용한 헌사
🌸 향조 컨셉: 플로럴-파우더리-코튼
Top Note
피치 블로섬 FO – 4방울
로즈 페탈 FO – 3방울
레몬 제스트 EO – 2방울
Middle Note
프리지아 FO – 4방울
벚꽃 FO – 3방울
미모사 FO – 3방울
아이리스 파우더 어코드 – 3방울
Base Note
화이트 머스크 FO – 4방울
시더우드 EO – 3방울
코튼 어코드 FO – 2방울
📌 제작 포인트
피치+로즈는 사랑의 시작처럼 달콤하고 투명
프리지아+미모사+아이리스는 부드럽고 포근한 감정의 핵심
머스크와 코튼은 잔잔한 고백처럼 천천히 남는다
🧪 블렌딩 팁
탑노트에 산뜻한 제스트 계열을 살짝 얹어 무게감을 조절
파우더 어코드와 머스크를 섞을 때, 머스크를 마지막에 넣어 여운을 정리
🧴 완성 후 관리
- 블렌딩한 향수는 냉암소에서 2~4주 숙성
- 숙성 후 10ml 롤온 혹은 미스트 공병에 덜어 사용
- 향이 입체적으로 발현되려면 손목, 귀 뒤, 머플러 안쪽 등 따뜻한 부위에 사용